• 목록
• 게시판 리스트 옵션
  • 수정
  • 삭제

요즘 꽤 물량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넥슨의 워록을 해봤습니다.

익히 들었던 대로 배틀필드 + ET 의 느낌이더군요.

사실 머리로만 생각한다면 ET의 환상적인 역할 분담과 팀플레이에 배틀필드의
다양한 탈것이 같이 등장한다면 엄청나게 재미있을거라는 상상은 쉽게 가능하죠.

하지만 그걸 실제로 결합해 놓은 워록은, 팀웍과 탈것을 이용한 대규모 전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는 커녕 두마리 다 놓쳐버린것 같습니다.

ET의 경우 클래스의 구분이 있고 클래스마다 다양한 역할이 주어지며 경험치를 얻어
자신의 클래스를 성장시키게 됩니다. 또한 이런 클래스 시스템이 공격과 방어측이 명확하게
구분된 맵에서 돌아가면서 팀플레이를 유도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ET에서 클래스 시스템
만 따다가 넣는다고 팀플레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워록은 맵은 ET에 비해 매우 넓
은 편이고 (당연히 탈것을 위해서) 또한 공격측과 방어측이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유저들은 넓은 맵에 뿔뿔히 흩어져서 내키는대로 공격과 방어를 번갈아가며
개인플레이만 하게 됩니다. 수십명이 같은 맵에 모여있지만 같이 팀을 이루기는 커녕 아군의
모습도 몇번 보기 힘듭니다. 위생병의 경우 동료를 치료해줄 수 있다지만 ET와 같이 헬스팩을
뿌리지 못하고 주사기로만 치료할 수가 있는데, FPS 라는 게임 장르의 특성상 가만히 서서
회복을 기다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주위에 적이 없더라도 만약을 위해 움직여주거나 다른
공격 목표를 찾아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캐릭터간의 이동속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메딕이 아군을 찾아 주사기를 찔러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상대 캐릭터가 잠수중
이라면 모를까.. 이래서야 위생병은 \'자기 회복이 가능한 클래스\' 이지 \'팀을 위기에서 구출
하는\' ET의 멋진 메딕이 될수는 없습니다. 공병 또한 마찬가지. ET와는 다르게 공병만이
달성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없기 때문에 혼자 탱크 몰고 나갔다가 부서지면 고쳐서 다시 타는
정도밖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ET의 클래스 시스템을 채용했지만 결과적으로 클래스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팀플레이를 유도하지 못했다면, 배틀필드의 탈것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대규모 전투라는
재미는 제대로 찾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맵의 구성이 매우 단순한 대칭형이고 상대방의
기지로 침투하는 루트가 너무나 많아서 배틀필드와 같은 치열한 대규모 전투는 기대하기 힘
듭니다. 간헐적으로 탱크나 나오면 타고 가서 몇명 죽이다 죽는 정도죠. 레벨 디자인에서 이미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기 힘들다는 겁니다. 배틀필드의 경우 주요 루트가 정해져 있고 차량이나
비행기가 그러한 루트들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장소에서 나오는데 워록에는 딱히 그러한
레벨 디자인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만들어놓은 맵 같죠. 이리 가도 되고
저리 가도 됩니다. 적이 이쪽으로 올지 저쪽으로 올지 모릅니다. 자연히 인원은 분산되고 차량
도 분산되고 이쪽에 탱크 한대 저쪽에 험비 한대 이런 국지전 양상밖에는 벌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워록은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야심에서 만들어졌지만 어느 한쪽도 제대로 잡지 못했
다는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뭐 그래도 장점을 열거하자면 그나마  나름대로 의미있는 물리 엔진의 도입 정도일까요..
렌더링 엔진은 너무 사양을 타는것 같습니다..특히 cpu 사양..

워록이 좀더 재미있고 참신한 FPS로 거듭나려면 단순한 클래스 시스템을 보완해 팀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던가 아니면 레벨 디자인을 보완해 대규모 물량전에 초점을 맞추던가
둘중의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제일 좋은건 팀플레이와 대규모 전투가 가능한
독특한 시스템이겠지만.. 이미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보건대 창의성은 별로 없어 보이므로
이건 기대할수 없겠네요.

아무튼...배틀필드 2를 하던가 ET 후속편을 하는게 둘 사이의 어설픈 사생아인 워록을 하는것
보다는 재밌을것 같네요.

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