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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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다녀왔습니다. 3일치를 다 끊었지만 마지막 날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그냥 점심 먹고 집에 왔습니다. 사실 스토리오브더이어,프란쯔 퍼디난드가 3일 통틀어 그나마 제일 보고 싶은 밴드였는데, 아쉽게 됐네요. 저 두 밴드랑 스트록스 빼고는 헤드라이너 중에 잘 아는 밴드가 없었거든요. 돈도 아깝고.
1. 첫째날
공연장 도착하고 어이없어 죽을 뻔 했습니다. 배수 시설이 개판인지 완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아니라 송도 머드 페스티벌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운동화도 다 버렸고, 청바지는 빨리지도 않을 정도로 흙이 심하게 튀었고, 또 비는 어찌나 오던지 우비들고 우산써도 가방과 옷이 다 젖더라구요. 나중에 친구한테 들으니까, 인천 거의 물난리 수준이었다고 하던데, 왜 꼭 존내 큰 공연하나 있으면 비가 이렇게 와대는 건지 진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비는 그렇다 치고 공연 얘기 할게요.
첫 밴드가 예예예즈 였습니다. 카렌 오, 진짜 잘하더군요. 예예예즈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진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낸시랭이 저번에 홍대에서 설칠때 신었던 스타킹 같은 걸 신고, 반짝거리는 탱크탑에 수정구로 점 봐주는 주술사들이 쓰는 것 같은 커다란 천을 들고 공연을 하더군요. 노래도 정말 드라마틱하게 잘 했습니다.뮤지컬을 한 편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사람들 앨범을 하나도 안 사봐서 셋리스트를 쓰거나 하지는 못 하겠네요.
그 다음 밴드는 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다른 곳 가서 딴 짓 하느라 못봤고 ( 아마 슈가도넛이었던듯 ) 피아를 봤습니다. 난감하더군요. 피아도 한 5년, 6년 가량된 밴드일텐데, 정말 라이브가 별로였습니다. 특히 보컬 정말 별로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이상한거 그만 좀 하고 서태지 회사 들어가기 전에 했던 뉴메틀이나 계속하는게 나아보였습니다. 그때는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스노우 패트롤을 봤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이 그 사이에 있었다던데, 못 봤습니다. 바보같이 당췌 셋리스트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요. 정말 정신 없었나 봅니다. 아무튼 원래 노래만 들을 때는 되게 조용한 브릿팝 밴드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공연을 보니까 신나기도 하고 약간 락큰롤 느낌도 나고 했습니다.
넥스트 때 잠시 나가서 밥을 사먹고, 스트록스 때 다시 왔습니다. 물론 스트록스가 어디가나 욕먹는 동네 북 같은 밴드가 된 것 같기는 하지만, 저는 원래 스트록스를 좋아해서 기대하고 봤습니다. 잘하더라구요. 특히 기억나는 곡으로는 Vision of Division, Fear of Sleep가 있네요. 보컬이 잘 생긴 건 둘째 치고, 노래도 정말 수준급이었고 특히 두 명 기타가 정말 멋졌습니다. 물론 외국 잡지들이 어이 없을 정도로 띄워준 것은 있지만, 인기 많은 이유가 확실히 보이더라구요. 곡이 좋은가 구린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므로 그냥 넘어가더라도, 정말 라이브 멋지게 하는 밴드였습니다. 진짜 액션도 연주도 모두 좋았습니다. 이 날 서브 스테이지에서는 제이슨 므라즈가 했는데, 밥도 먹고 스트록스도 보느라 못 봤습니다. 좀 아쉽네요 .
2. 둘째날
비는 좀 사그라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허접한 배수 시설과 주최측의 허접한 진행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게 흙 밑에 있던 굵직굵직한 돌을 바깥으로 끄집어 내면 어쩌자는 겁니까... 사람들 신발 다 젖어서 맨발로 다니는데 다들 그 큰 자갈 때문에 발 엄청 다쳤더군요. 저도 발에 상처가 장난아니게 많네요 아 존내 아퍼) 때문에 엄청 고생했습니다.
2시에 바셀린 시작이었습니다. 역시 전 바셀린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 1,2집 모두 제 올타임 베스트) 되게 자주 보면서도 또 기대하고 들어갔습니다. 메인스 테이지는 정말 사운드가 장난 아니던데, 거기서 바셀린을 보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기도 했구요. 근데 하나 걱정되던 건 눈을 뜨면 천지 사방에 여성팬 천지고 눈을 감아도 꺅꺅대는 여성팬들 소리가 진짜 많이 들리더군요. 그래서 이거 써클핏이 생기기는 하려나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 시작하니까 써클핏이 생겼습니다 하하. 개모슁하고 노래 다 따라 하느라 목도 몸도 아직까지 말이 아니네요.정말 바셀린 기량은 절정인거 같습니다. 일본 공연도 성공적으로 하시길!
크래쉬, 시나위, 드래곤 애쉬, 싸이는 사정상 못 봤습니다. 급하게 해야될 일이 있어서 잠시 피씨방에 다녀왔거든요 . 사실 좀 힘들기도 했고. 아 참, 밥도 먹었네요.
이 날은 헤드라이너가 블랙 아이드 피스, 플라시보 둘이었는데, 블랙아이드 피스가 먼저였습니다. 사실 아는 곡이 Where is the love 밖에 없었는데 공연을 보니까 길거리나 방송에서 나오던 유명한 노래는 다 이 사람들 노래더군요. 자꾸 멤버들이 코리아 - 어쩌구 하는 건 개인적으로 좀 맘에 안들었지만, 그래도 정말 잘했습니다. 역시 인기가 많은 이유가 딱 보였습니다. 멤버들 개개인의 실력도 최고였고 호흡도 좋았고. 무대 설치도 잘해서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아 노래도 좋았구요. 스테이시도 생각보다는 섹시하더군요. 공연 중간에 스테이시가 덤블링하면서 랩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정말 최고였습니다. 참, 중간에 Sweet child O'mine을 연주하고 스테이시가 좀 부르길래 오오오~ 하고 있었는데 끝까지는 안하고 후렴구까지만 하더군요. 무슨 의도인지 잘... 아무튼 재밌었습니다.
마지막 헤드라이너가 드디어 플라시보였습니다. 앨범을 산 것도 없고 앨범 두 개인가 중학교 때(아니면 고등학교 초)들어본 것이 전부였지만, 아무튼 굉장한 빅밴드라 재밌겠지 - 하고 봤습니다. 아 그런데 정말 노래를 잘 모르니까 졸리더군요. 그날 피로한 탓도 있었는지 사이드 쪽 맨 앞 난간에 기대서 15분 정도 졸았습니다. 어쨌든 연주도 잘하고 역시 언뜻 들어봤던 노래는 꽤나 좋더군요! 브라이언 몰코의 삭발이 유난히 빛나더군요.
3. 셋째날
둘째날 공연 끝나고 나서, 일행들하고 밤에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밤새 먹었더니 아침에 제 정신이 아니더군요. 그래도 뭐 워낙 제가 좋아하는 밴드들이 잠깐씩 이지만 오전에 나오기 때문에 1시간 잔 걸로 버텼습니다. 로드피어는 처음 들어봐서 잘 모르겠고, 띵즈위쎄이, 쎄임올드스토리, 썰틴스텝스 모두다 공연 잘 했고 재밌었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 여기다가 남기지는 못하겠네요. 블로그에 써놨습니다. (블로그 홍보는 아닙니다. 허허 그냥 지적해 주실 부분 지적해 주시고 제가 오해한 부분이 있으면 시원하게 풀어주세요)
아무튼, 썰틴스텝스를 마지막으로 펜타포트를 마치고 왔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스토리오브더이어와 프란쯔 퍼디난드를 못 본게 한참 한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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