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온에서 나왔던 빅토리 레이블 샘플러 부클릿에 있던 글인데요.
한번 옮겨 봤습니다.
시카고에 위치한 빅토리 레코드가 창업한지 어연 13년에 이르고 있다. 오너인 토니 부르멜은 오로지 warzone의 앨범을 내기 위해 이 레이블을 설립했다고 할 만큼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을 벗어난 음악적인 욕심의 발현이 오늘날 북미 최고의 언더그라운드/ 정통 하드코어 레이블이 있게 했다. 하드코어란 단어가 국내에도 어느 사이 누군가의 입에 의해서인지 자주 회자되는 단어 중 하나가 되고 있을 만큼 Trendy 화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지 아닐지는 국내 음악 씬의 상황을 조명해보면 극렬하게 바닥이 드러난다. 랩과 테크노 같은 물 타는 입맛 좋은 것들 위에 메틀을 약간 버무린 식에 얼터너티브나 그런지와 같은 모던한 느낌을 주고, 사실 음악보다는 새로운 패션의 한 방식 같은 그런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게 우리나라에서 하드코어이고, 실로 개칸 할 만한 또 하나의 사실은 이것이 일반화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식, 조선식 하드코어 무브먼트인가?
일찍이 20여 년이 넘는 오랜 기간동안 한시라도 바퀴를 멈추지 않은 정통 하드코어는 북미 지방을 떠나 유럽, 일본에선 스래쉬 메틀과 더불어 익스트림 뮤직의 베이직 정도로 추앙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디스코텍 하드코어(?) 뮤직으로 모두가 칭송하는 림프비즈킷의 멤버들도 청소년기 시절엔 모드 마이너 쓰릿이나 유쓰 오브 투데이 같은 뿌리 깊은 정통 하드코어로 사춘기를 휩쓸었고, P.O.D나 시스템 오브 어 다운 같은 (역시 우리나라에서 하드코어로 통칭되는) 인기 메이져 밴드들도, 한때엔 모두 머리를 빡빡 밀고 1분대 안팎의 올드스쿨 하드코어 소품들을 난자하던 이들이었다.
말인 즉 아직 제대로 된 펑크 문화가 자리잡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하드코어가 제대로 자리 잡히기란 정말 불가능 하다. 20만원 상당의 빈디지와 체인 벨트를 두 세개씩 차고, 스파이키 머리를 하고 닥터마틴에 빨간끈을 묶고 입을 씰룩하면서 거리에 침을 뱉는다고 청크가 아니듯이, 드레드머리와 아디다스 추리닝에 꼽추춤을 추며 눈깔 뒤집는 것 역시 하드코어가 아니다. 단언컨대 하드코어는 이리 저리 세월 따라 변하는 여인네들의 헤어스타일이나 고고장 댄스가 아닌 그들에게는 살아가는 목표이고, 존재의 이유이며, 삶이다.
장르개념에 닭살을 표명하는 자들이 말하길 "뭐 하드코어가 장르이나" 이런 말 혹은 "하드코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라는 말들을 곧 잘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굳이 장르 개념을 들고 나오는 건 불필요한 '주둥이 낭비라고 생각한다.하지만, 하드코어라는 것에 대한 올바른 시각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아주 개인들에겐 커다란 존재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드코어 덕목 중 sXe 같은 신조는 하드코어가 왜 라이프 스타일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육류와 약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보전한 Positive한 시각을 갖는다는 것인데, 타락적인 삶을 반항의 도구로 알던 많은 펑크 락커들의 일반적인 삶이 저항이라는 측면보다는 자기 파괴 혹은 현실도피로 보였던 것에 분개한 극단적인 방식이다.
Rock이 본디 Negative한 모습이 정상이라면, 하드코어 뮤직은 그 록의 정통에 대해선 개혁파 혹은 좌파이다. Animal right나 Veganism 같은 환경 파시즘을 추종하는 밴드가 있는 반면, 기독교 윤리를 주장하는 밴드도 있고 라마 크리쉬나 같은 종교사상을 가진 밴드들도 있다. 모두가 쇼맨쉽이 아닌 자신들의 '삶'이고 또 모두으 공통점을 Positive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른 생활 청년 정신이 고작이라면 정말 재미없겠지만, 문제는 이들의 방식은 너무나 직선적이고 앞만 바라보고 비융통적이고 뿌리가 깊다는데 이 하드코어는 거칠음을 수반한 Positive 터프가이틀의 인생철학이 되고 있다. 누구나 그러고는 싶지만 더욱이 싸나이라면 그러나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 자본주의 사회이고 사회라는 톱니바퀴에 꿰 맞춰지면 어쩔 수 없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같이 돌아가야 하는게 현대사회인 가운데 자기의 길을 걷는다는 건 매우 힘든 가시 밭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그 끈을 놓치 않기 위해선 적당한 방식은 통하지 않으므로 타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불굴의 신조를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하드코어 라이프에서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 이들을 폭력적인 뒷골목 갱스터 내지는 남성우월과 몰몬식 보수주의에 사로잡힌 깡패들로 오해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강인함 때문일까 싶다.
빅토리 레코즈는 이미 예전의 조그만 사무실에 현금 오더만을 취급하던 언더 그라운드 레이블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그 이름만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대형 밴드들을 유수 배출해 냈고, 그리고 그 여파는 북미 하드코어가 80년대 초반의 전쟁터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업적을 이뤄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빅토리'가 돈맛이 들었다. 이젠 더 이상 새로울게 없는 손등에 엑스를 긋도 우루루 몰려다니며 쌈박질이나 해대는 꼬맹이들을 위한 음반만을 배출한다" 하는 말들로 격하시키려 애쓰지만 조악함과 개성부족으로 밑바닥에만 머물던 정통하드코어의 질과 품격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20년 전 그 시절에 충실한 정통적인 의미의 하드코어를 배출해내고 신인들을 발굴해 내고 있다.
빅토리 레코드의 모든 아이템은 음악적 신비주의와 환상 비현실적인 종류의 뜬구름 잡는 음악들을 극도로 거부하는 오로지 현실 감각과 100% Real함만을 간직한 정수를 제조해 낸다. 이 현실감각은 때론 거칠고 본능적이고 폭력성을 감지하게도 되고, 위험스런 선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밝고, 긍정적이고, 건강하고 진취적인 시각으로도 보여질 수 있다. 사회의 문제에 민감한 R.A.T.M 같이 밀도있게 논평을 써내려 가는 인텔릭한 모습보다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하위 청년 블루 칼라의 정통성을 지켜내려 간다.
드림온이 취한 다소 위험 부담을 가진 이 선택이 매우 환영할 만한 것이며, 한국의 메틀과 익스트림 매니아들 그리고 펑크 같은 서브장르에 갈증난 이들이 비로소 음악을 통해 인생관을 재조명하고 바꿔 놓을 수도 있는 기회를 놓치는 불운한 청년들이 되질 않기를 바라며...
x HXC Means Life Style x
황선민이란 분이 쓰신 글인데, 뭐 지금 봐서는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글이었습니다.
아 혹시 황선민씨가 누군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