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청주집에 다녀왔습니다. 동창 친구들도 보고 계곡도 갔다오고 겸사겸사 간만에 열린 엠에프쑈에도 들렸습니다. (사실 엠에프쑈가 주 목적이었습니다) 나름대로 홍보도 꽤 했는데, 동행자는 없었습니다. 때 마침 청주에 같이 있던 친구 녀석도 집안 사정으로 같이 보지는 못했구요.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공연 시작이 몇 분 안 남은 시간인데 로드킹 입구에 사람이 한 분 밖에 안 계시더군요. 계단에 떡 앉았는데, 여러 사람이 왔다갔다 하기는 했지만 모두 관계자 분들이신 것 같습디다. 유리창 안을 슬쩍 봤더니 역시나 테이블 위에 예매 명단이 올려져 있길래 안경 단단히 쓰고 쳐다봤으나... 아마 예매자가 10명을 겨우 넘었던 것 같더군요. 뭐, 현매라도 있겠지. 청주까지 갈까 그냥 있을까 고민 하시던 분들은 뭐 현매겠지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입장! 스티커를 받고, 새로나온 MFCrew티셔츠를 하나 샀습니다. (혹시 티셔츠 제작하신 분이 보고 계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엔 좀 성의없게 만드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까만색 바탕에 흰 고딕체로 MFCrew, CJHC PRIDE라고 써있는 게 전부라니... 뭐 저에게는 MFC가 써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티셔츠이지만요.)가방을 풀어놓고, 바닥에 털썩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쩝, 현매라도 있겠지 하는 기대는 꽝이었나요, 정말 사람 없더군요. 청주 공연엔 항상 오시는 두 여자분과, 스컹크에서도 보고 펜타포트 갔을 때도 봤던 여자분이 계시더군요. 그 여자분은 친구 두 명을 동행하셨고. 뭐 공연 내내 그 정도가 관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밴드 멤버 분들, 관계자 분들이 잘 놀아 주시기는 했지만 ...
첫번째 밴드는 블랙 플랏 VLACK PLOT 이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블랙 플랏을 두 번 보다니 허허... 스컹크에서도 몇 번 보고 쥐엠씨 썸머 페스트에서도 봤지만 항상 곡도 괜찮고 연주도 잘하는데, 역시나 보컬이 조금 아쉽다는 느낌입니다. 멘트도 좀 ... 작년 엠에푸쑈를 볼 때 블랙 플랏이 공식적인 첫 데뷔 무대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그 때 보다도 못 한 것 같네요. 물론, 제가 정말 좋아하는 DARKEST HOUR 커버만큼은 굉장히 잘 들었습니다.
그 다음이 로 블로 LOWBLOW! 음 솔직히 이걸 메탈이라고 해야하나 하드코어라고 해야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메탈이라고 하기에는 분명히 하드코어적인 느낌이 강하고, 그렇다고 메탈릭 하드코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뭐 누가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들을 때 마다,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좋습니다! 사운드도 빡세고 곡 나가는 것도 시원시원하고 뭐 그렇습니다. 연주도 끝내주고 역시 노래도 잘하시고!
아이고, 여기부터는 순서가 잘 기억이 안납니다. 아무튼 대충 적을께요.
그리고 기억나는 게 숄티캣 SHORTY CAT. 정말정말 죄송해요! 배가 고파서 분식집에서 제육덮밥을 사먹고 오느라 두 곡 밖에 못 봤어요. 사실 숄티캣은 처음 본 거 였는데 생각보다 다들 이쁘시고 *-_-* 연주도 잘 하시는 듯. 근데 곡이 좀... 언제까지 적당한 연주와 귀여운 외모로 밴드를 하실 수는 없잖습니까, 곡이 조금만 좋아진다면 정말 좋은 밴드가 될 듯 하네요. (주제 넘었다면 죄송합니다)
역시나 오늘 공연의 백미는 저한테는 썸씽피어쓰 SOMETHING FIERCE였습니다. 한 곡 한 곡 진짜 와 ... 이렇게 잘 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멋졌습니다. 이건 정말 두 사람이 하는 게 아닙니다! 노래 틀어 놓고 둘은 연주하는 척 하는거 아냐 이거?!! 그냥 눈 감고 고개 쳐 흔들면서 계속 듣기만 했습니다. 아 진자 노래도 최고고 연주도 최고고.. 음 그리고 썸씽피어쓰 이피도 구입했어요! 제가 처음 썸씽피어스를 알았을 때는 이피를 더 이상팔지 않았기 때문에 못사고... 감자튀김 봉지 같은 걸 씨디 케이스로 이용했는데 나름 간지가 좔좔 흐르더군요.
그리고 썩스터프 SUCKSTUFF과 썰틴 스텝스 13STEPS입니다. 개인적으로 Days of youth, Out of factory 같은 곡들을 참 좋아하는데 하나도 안 해주시더군요! 껄껄. 그래도 뭐 역시나 재밌게 봤습니다. 별 할 말이 없네요. 썰틴은 여전히 그냥 무난히 재밌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아쉽더군요. 너무 항상 똑같은 셋리스트라 그런가. 좀 곡들을 바꿔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발 Drop the gun 좀 해주시면 안될지...) 역시 별 할 말이 없습니다. 늘 재밌잖아요.
이들을 못 본 사람은 땅을 치며 후회하셔도 좋습니다! 덱스트로 델타 나인 DEXTRO DELTA-9 밴드 이름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헬 디스 타임 HELL THIS TIME멤버들이 하는 또 다른 그라인드 코어 밴드라고 합니다. 그라인드 코어는 NAPALM DEATH, PIG DESTROYER, AGORAPHOBIC NOSBLEED, ASSUCK 등등 유명한 밴드밖에 모르지만 서도... 정말 절 돌아가시게 만드는 음악입니다. 왜 이렇게 좋은지! 덱스트로 델타 나인 연주도 끝내주고 특히 보컬이 환상이었습니다. 저야 비싼트로피와 엠에프크루 공연에서 두 번을 봤지만 부산 밴드이다 보니 보기 힘들 듯 싶네요. 언제라도 공연이 있다 싶으면 다들 바로 췍췍!
마지막이 나후 NAHU였습니다. 한 4곡 했나. 좀 아쉬웠지만, 역시 좋았습니다.
아마 로드킹이 원래 술집이고, 그걸 대관해서 하는 공연이라 그런가 몰라도 밴드 분들이 모두 빨리 끝낸다고 멘트 전혀 없이 대충대충(죄송합니다. 물론 연주 정말 열심히 하신 것 압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 맞는 적당한 다른 단어를 못 찾겠네요. 오해하지 마시길!)진행되는 바람에 뭔가 좀 허전했습니다. 관객이 없고, 잘 놀지도 않아서 삐지셨나...
그리고 이번에 공연 보면서 생각한 건데,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놀기를 권하는 것도 좀 보기 안좋은 것 같습니다. 공연을 즐기는 방식은 개개인에 따라 다를 텐데,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개모슁하고 다이빙도 하고 떼창도 하면서 놀고 싶겠지만 또 다른 사람은 그냥 서서 연주를 듣는 것 그 자체를 즐길 수도 있을텐데, 모두가 써클핏과 모슁핏에 동참하도록 밴드 들에 의해 요구 받는 것도 좀 뭔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앞에서 연주하시는 입장에서는 써클핏이나 모슁핏 등 관객들의 피드백이 눈에 보여야 더 열심히 재밌게 연주하시겠지만...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이상 청주에 다녀온 시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