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水夏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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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夏 A.S+
2004/09/24 CIRCUS
2001/07/27에 첫 발매, 3년 만에 시나리오, CG, 공략 캐러 추가로 재발매된 스이카 A.S입니다.
지금의 서커스는 D.C가 만들어낸 셀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관련상품으로 채워져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만은, 진짜 서커스에 불을 당긴 게임은 역시 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스토리 / 시나리오
■ 옴니버스식 전개구조
스이카는 이 계열쪽 게임에서는 다소 드물게 4장의 스토리들이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각 장의 주인공이 모두 다르면서도 "죽음" 이라는 중심 주제에 맞닿아 있는데, 즉, 게임은 옴니버스 형식의 구조를 띄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벼운 라이트 연애물이 아닌, 주제가 있고 다소 무거운 게임에서 어떤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할 때, 의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자 한다면 옴니버스식 구성 방식은 꽤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명 스이카에도 선택지는 존재하고 그 선택지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그것 역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큰 뿌리에서 정해져 있는 하나의 결말에 다다르는 "수단" 일 뿐이지, 거기에 플레이어가 개입하는 요소는 사실 거의 배제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신 그만큼 메세지를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효과를 갖게 되죠.
이렇게 시나리오가 다소 수동적으로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이걸 메꿔주는 장치가 있는데, 바로 시점, 시간, 공간의 변화입니다. 게임을 보면 아시겠지만, 1,2,3,4장 전체를 통틀어서 주인공의 시점 하나로만 흘러가는 시나리오는 단 한장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장치는 상대방의 심리를 생생하고 정확하게 전달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점 자체를 복선으로 사용하거나 반전으로 이어간다는 점에서 광장한 메리트를 갖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서커스에서 문스톤으로 이적한 뒤 쿠레이치로가 썼던 "あした出逢った少女" 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 장치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시점 변환시 인물을 구분할 수 있는 건 1인칭의 호칭 뿐이기 때문에 시점, 시간, 공간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나리오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혼란을 주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시나리오가 산만하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스이카 시나리오의 1,3,4장은 쿠레이치로가, 2장은 미카게가 시나리오를 맡았습니다.
지금은 각각 다른 회사에 있으나, 스이카와 다카포에서 나란히 발을 맞춘 두 라이터였지요.
사실 ef를 기대했었던 이유도 이 미카게가 참여했기 때문이었습니다만, 적어도 1장에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결론으로 끝났습니다. 쿠레이치로는 문스톤에 여전히 남아있고, 신작을 준비중인 듯 하더군요.
■ 죽음으로 이야기하는 시놉시스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각 장마다 죽음, 또는 그에 관련된 색채를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질투, 이별, 살인, 자살 등, 게임의 겉 이미지와는 다르게 꽤 무겁고 침울한 소재가 주를 이루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이카에서 진정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죽음"에 그치진 않습니다. 살아있는 자로서 어제 죽어간 사람만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슬픔에 맞서면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어떤 것인지를, 결과적으로 죽음을 넘어선 희망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해주는 게임이라고나 할까요.
※ 그래픽 / 사운드 / 시스템
사실 A.S에서 추가된건 시나리오나 공략 캐러 추가 정도라, 2001년의 오리지널 스이카를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하지만, 사실 이 게임은 지금 내도 어떤 면에서든 다른 게임에 꿀릴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일단 일러스트. 이쿠타타카논과 지금은 잘 알려진 나나오 나루가 맡았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스이카 이후에 나온 다카포, 최종시험 쿠지라, 다카포2 보다 "훨씬" 좋습니다. 제가 나나오빠라는 점도 꽤 작용하긴 합니다만, 이건 게임을 해보신 분이라면 절대 동감할꺼라 확신할 정도. 서커스에서는 앞으로 절대 스이카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장담하는 자신감은 시나리오와 이 그래픽에서의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CG 차이도 거의 없이 밸런스가 일정하며 어느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그림이 없습니다. 진짜 미친 간지라고 평하고 싶을 정도. 왜 서커스는 게임 수준이 점점 거꾸로 가는건지 알 수가 없네요.
BGM은 총 25곡으로 꽤 많은 편. 분위기마다 여러 곡이 쓰입니다만, 느긋하고 경쾌한 곡이 꽤 많습니다. 음악 감상모드에는 곡 마다 코멘트를 집어넣어서 만들어진 연유나 감상이 쓰여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6번 트랙인 名無しの少女와 17번 트랙인 なみだあめ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로 극히 대조적인 곡이면서도 그 분위기를 나타내주는 가장 대표적인 곡이 아닐까 생각해서 말이죠.
그리고 시스템. 이 부분도 상당히 극찬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롤백 시스템과 음악에 대한 코멘트, 읽은 문장을 단락으로 스킵할 수 있는 시스템과, 게임 이후에도 각 장마다 한 컷씩 시나리오에 이름을 붙여 다시 읽고 싶은 시나리오를 재감상 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은 당시의 게임시스템으로 봤을때는 거의 획기적인 수준. 솔직히 보통 게임을 다 하고 나서 다시 보고 싶은건 감명깊은 대사나 연출이지, H가 아니지요. 또한 게임의 기본 해상도가 800x600 이라는 점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BGM. 각 곡마다 코멘트가 달려 있습니다.
시나리오 감상 모드.
단락 스킵 시스템.
※ 성우 & 캐릭터 이야기
미나세 이츠키 - 나가사키 미나미
지금은 잘 활동하지 않는 미나미씨의 과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우선 만족. 자매의 언니로서 차분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연기했지요. 평소에는 떠들썩한 누님 역으로 많이 접했는데, 이렇게 조용한 역도 의외로 잘 어울리네요.캐릭터 자체는 흠잡을 점 없이 잘 소화했습니다만, 어렸을 때의 이츠키와 커서의 이츠키가 목소리 변화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미나세 사요, 시라카와 사야카 - 토리이 카논
사실 성우로 따져보자면 토리이 카논때문에 잡은 게임이 스이카였습니다. 또 역시 그 기대만큼 해내준것 같아서 기쁘네요. 1장에서는 조용한 언니인 이츠키와 대조적으로 떠들썩하고 장난기 많은 사요 역을 맡았습니다. 사야카 역시 사요와 대체적으로 비슷한 하이텐션의 아가씨라서 크게 위화감은 없는 편. 예상은 했지만 역시 모에. 시시각각 미소와 가끔은 삐진듯한 짓는 사야카의 얼굴과 토리이 카논의 그 애교섞인 목소리가 섞이면 이건 뭐.... 사요에서도, 사야카에서도 어릴 적 목소리까지 스위치를 전환하면서 소화해내는 걸 보면 역시 은퇴한게 눈물날정도로 아쉬운 성우입니다. 다시 돌아오진 않는걸까요. 카논씨....
와카바야시 미에 - 쿠사야나기 쥰코
ㅈㅅ 제가 2장에서 이쪽 루트를 안탔습니다.
.......
쥰코씨가 맡은 성우 치고는 굉장히 떠들썩한 캐릭터였다는 것 정도는 기억에 남음.
마사키 아카네 - 히나타 유라
정작 이 게임보다는 다음 작품이었던 다카포의 코토리 역으로 유명해진 성우. 하지만 오히려 연기력이라면 이쪽에서 더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빠인 요시카즈를 곧잘 따르는 활발하고 귀여운 동생이지만, 점점 이게 선을 넘어가며 오빠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는 캐릭터. 모든 기억을 되찾은 뒤, 웃으면서 "お兄さゃん、私を抱いてね" 하고 나이프를 들고 요시카즈에게 다가가는 대사는 지금까지 본 히나타 유라씨의 연기중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군요. 이 사람.
쿄오야 토우코 - 니시다 코무기
역시 얼마전에 은퇴한 성우였지요. 조용하지만 애인인 요시카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애정을 넘어선 집착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시나리오 라이터인 쿠레씨가 쓴 캐릭터 소개에도 연인보다는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로 비유하는게 낫다고 할 정도. 사실 게임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토우코같은 경우는 캐릭터 자체가 얼굴에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한 효과 때문인지 어딘가 무미건조한듯 하면서도 짧은 대사가 묘한 플러스 효과를 동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편. 특히 그 느낌이 "ふたりきりね。。嬉しい。" 라는 집착적인 대사로 나왔을 때는 어딘가 오한이 느껴질 정도로 무서운 느낌을 줍니다.
나나시노쇼죠 - 이쿠타 카오리
원래 나나시노쇼죠 역할은 코우즈키 미와씨가 맡았습니다만, 무슨 이유인지 에로게쪽에서 성우를 그만두신 후에는 이 분으로 바뀌었습니다. 투하트2의 코노미 역으로 알려져 있는 성우분. 대타역 치고는 그런대로 무난한 연기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목소리도 귀여운 편이였고, 어떻게 보면 미와씨보다는 이쪽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살짝 드네요.
참고로 나나시노코는 코우즈키 미와 -> 카오리 이쿠타 -> 아오키 사야카 로 3대에 걸쳐 바뀝니다. 저 중에 누가 제일 어울리냐고 하면 사실 아오키 사야카가 가장 적절합니다만은...
카미시로 모에 - 호쿠토 미나미
2장에서 목소리는 있는데 무려 CG는 없는 주인공의 여동생. "아니야 미나미를 미쳤다고 이렇게 써먹고 끝내진 않을꺼야" 하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추가스토리인 "여름의 크리스마스"에 등장. 미나미의 대단함이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6년 전의 목소리나 지금 목소리가 손톱 한조각 변화없이 그대로라는 점에서는 진짜 기절할 지경입니다. 게다가 목소리가 질렸다 싶을 쯤이면 여지없이 다른 캐릭터로, 다른 톤으로 출연해서 매너리즘의 여지조차 말살해버리는 그 능력은 괜히 업계 최고의 성우가 아니라는걸 충분히 보여줍니다.
여튼 이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거의 내용도 없이 기묘한 이야기입니다만, 그냥 간만에 듣는 미나미의 "兄様"에 만족하면 그만.
......나머지 성우들은 그냥 딱히 느낌이 없어서 패스합니다.
※ 마치며.....
다카포가 스이카보다 더 인지도가 높다는게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로 참 잘만든 작품입니다. 게임하면서 흠잡을 거 하나 없이 진행해본게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정말 흠을 잡고 싶은 점이라면, 이건 서커스가 낸 작품이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에 나왔다는 것 정도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지금의 서커스는 다카포나 다카포2로도 충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스이카같은 노선에서는 상당히 멀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쿠레씨도 문스톤에서 일하고 있고, 그나마 나나오 나루와 미카게씨가 ef쪽에 있길래 기대해봤더니 이건 영 아니었고...
정말 시간이 되시면 꼭 해보시길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향후 서커스에서는 이런 게임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게 참 아쉬울 따름이네요.
2004/09/24 CIRCUS
2001/07/27에 첫 발매, 3년 만에 시나리오, CG, 공략 캐러 추가로 재발매된 스이카 A.S입니다.
지금의 서커스는 D.C가 만들어낸 셀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관련상품으로 채워져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만은, 진짜 서커스에 불을 당긴 게임은 역시 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스토리 / 시나리오
■ 옴니버스식 전개구조
스이카는 이 계열쪽 게임에서는 다소 드물게 4장의 스토리들이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각 장의 주인공이 모두 다르면서도 "죽음" 이라는 중심 주제에 맞닿아 있는데, 즉, 게임은 옴니버스 형식의 구조를 띄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벼운 라이트 연애물이 아닌, 주제가 있고 다소 무거운 게임에서 어떤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할 때, 의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자 한다면 옴니버스식 구성 방식은 꽤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명 스이카에도 선택지는 존재하고 그 선택지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그것 역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큰 뿌리에서 정해져 있는 하나의 결말에 다다르는 "수단" 일 뿐이지, 거기에 플레이어가 개입하는 요소는 사실 거의 배제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신 그만큼 메세지를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효과를 갖게 되죠.
이렇게 시나리오가 다소 수동적으로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이걸 메꿔주는 장치가 있는데, 바로 시점, 시간, 공간의 변화입니다. 게임을 보면 아시겠지만, 1,2,3,4장 전체를 통틀어서 주인공의 시점 하나로만 흘러가는 시나리오는 단 한장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장치는 상대방의 심리를 생생하고 정확하게 전달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점 자체를 복선으로 사용하거나 반전으로 이어간다는 점에서 광장한 메리트를 갖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서커스에서 문스톤으로 이적한 뒤 쿠레이치로가 썼던 "あした出逢った少女" 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 장치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시점 변환시 인물을 구분할 수 있는 건 1인칭의 호칭 뿐이기 때문에 시점, 시간, 공간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나리오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혼란을 주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시나리오가 산만하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스이카 시나리오의 1,3,4장은 쿠레이치로가, 2장은 미카게가 시나리오를 맡았습니다.
지금은 각각 다른 회사에 있으나, 스이카와 다카포에서 나란히 발을 맞춘 두 라이터였지요.
사실 ef를 기대했었던 이유도 이 미카게가 참여했기 때문이었습니다만, 적어도 1장에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결론으로 끝났습니다. 쿠레이치로는 문스톤에 여전히 남아있고, 신작을 준비중인 듯 하더군요.
■ 죽음으로 이야기하는 시놉시스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각 장마다 죽음, 또는 그에 관련된 색채를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질투, 이별, 살인, 자살 등, 게임의 겉 이미지와는 다르게 꽤 무겁고 침울한 소재가 주를 이루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이카에서 진정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죽음"에 그치진 않습니다. 살아있는 자로서 어제 죽어간 사람만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슬픔에 맞서면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어떤 것인지를, 결과적으로 죽음을 넘어선 희망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해주는 게임이라고나 할까요.
――――――루트별 시나리오평 (네타있음)――――――
스이카 AR이 하도 인상깊어서 잡은건데 생각보다 한참 기대 이상이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의 서커스에 대한 인식이 다카포에서 머물러 있다는게 안타까울 정도. 왜 스이카2는 안내죠...
1장의 이츠키 & 사요 루트. 결국 병원에 있는건 사야였고, 아키라가 만난 이츠키는 유령이였다는 결말이었지요. 반전의 단서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해서 알아차릴 순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자살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라는 문장에서 약간의 복선이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지속적으로 교차시키며, 아키라와 이츠키의 변해가는 심리를 엿볼 수 있게 해준 점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 연출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반드시, 다시 한 번 만나요" 라는 대사는 병실에서 퇴원한 사요의, 어딘가 모르게 이츠키의 향수가 나는 모습과 더불어 진한 여운을 주었습니다. 아마 이츠키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모습으로 아키라를 기다렸겠지요.
2장의 사야카 루트.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미카게가 쓴 시나리오입니다. 스이카 메인으로 내세웠던 사야카 루트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4장 중에 가장 긴 시니리오를 자랑하더군요. 감동면에서는 가장 점수가 높았던 시나리오였습니다. 다소 상투적인 느낌이 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물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던 이야기. 죽은 어머니를 무덤덤하게 그리는 리츠를 쭉 미워해왔던 사야카와 사실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그림" 을 그렸던 리츠. 어떻게 생각해보면 주인공이였던 소우지는 이 둘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연애를 다룬 캐릭터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야카와 리츠를 위한 매개체였다는 느낌이랄까요.
한가지 흠이 있다면, 소우지와 리츠에게 앙심을 품고 끝에서 칼부림을 하던 소년이 좀 거슬렸습니다. 기본적으로 리츠, 사야카, 소우지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구성원 자체의 스토리텔링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소년의 갑작스러운 편승으로 이야기의 틀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게 되더군요. 아마 소우지와 리츠가 "칼에 찔린다" 라는 극적인 상황의 연출력을 기대하기 위한 캐릭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이미 리츠는 폐암 말기였고, 연출이라면 다른 모습으로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리츠가 죽으면서 4장의 복선이 잠시 나오지요. 뭐 저야 AR을 먼저 해봤기 때문에 나나시노코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만, 여튼 이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습니다. 눈물이...
근데 시나리오에서도 언급됩니다만, 2장의 모티브는 반 고흐에서 딴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장의 아카네 & 토우코 루트.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이질적인 챕터이면서도, 소재 자체는 가장 재밌었던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토우코의 집착이 무서울 정도. 사실 3장에서는 그다지 "죽음" 에 대해 관련된 이야기는 없습니다. 굳이 언급하자면 아카네의 자살 시도 정도였겠지요.
3장은 타임 트릭이 기가 막힐정도로 무섭습니다. 요시카즈와 의동생으로 살아가는 아카네와, 병원에서 단순히 자신의 이름만을 기억하는 아카네. 처음에는 어째서 두명의 아카네가 나오는 걸까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나중에 이것이 아카네라는 인물의 한 이야기이며 1,2장과 마찬가지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킨 트릭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전율이 돋더군요. 왜 여태까지 봐왔던 전개방식인데 눈치를 채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사실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면, 니노미야가 아카네에게 전에도 비슷한 환자가 이 병원에 왔다고 암시해 주는 부분에서 대강 사건을 풀어버리셨을꺼라생각합니다.
결국 요시카즈가 꾸었던 꿈도, 토우코와의 성관계시에 불능이 되었던 것도, 모두 무의식중에 봉인당해버린 아카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죄책감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갔던 요시카즈는, 아카네가 한 노란 리본을 토우코가 하고 있을 동안에는 토우코를 아카네로 인식하게 되는 최면에 걸리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아카네가 기억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와카바야시에게 모든 사실을 듣게 되고, 그와 동시에 토우코는 자신을 아카네로 인식하는 요시카즈에게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며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전개되지요.
여기서 이 챕터의 유일한 선택지가 뜹니다. 당연히 선택지의 내용은 아카네를 안는다/안지 않는다. 이 분기에 따라서 3장의 엔딩이 결정되는데, 사실 어느 쪽이라도 상당히 무서운 엔딩이었던지라, 지금 생각해도 땀이 날 정도....
근데 저는 실수를 해서 맨 처음부터 "아카네를 안는다" 쪽으로 결정해 버렸습니다. 와카바야시에게 모든 자초지종을 듣고, 요시카즈가 자신을 선택할꺼라는 가능성을 믿고 "오빠 나를 안아줘" 하고 나이프를 쥔 채로 다가가는 아카네의 모습은 진짜 호러 그 자체. 요시카즈는 결국 살해되고, 장면이 바뀌며 기차에서 아카네의 편지를 받은 니노미야의 시점으로 변합니다. 편지에는 "진짜 사랑을 찾았어요. 그러니까 꼭 한번 놀러와 주세요" 라고 적혀있지요. 한 남자에게 차이고, 자살까지 결심하던 아카네가 찾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하고 흥미가 생긴 니노미야는 토키와 마을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한 커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서 진짜 미칠듯한 대반전. 그 커플은 바로 "토우코와 아카네".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시카즈에게 차이고 정신이 무너질 것 같았던 토우코는 아카네를 요시카즈로 인식하게 되었고, 아카네는 요시카즈가 되어 토우코와 정답게 얘기합니다. 이게 바로 첫번째 엔딩인 사랑의 형태 1.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이 남습니다. 왜 아카네는 요시카즈가 자신을 선택해주었음에도 그를 살해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만, 2장에서 나왔던 대사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연애하는 감정과 살인을 하는 감정은 같다" 라는 얘기를요. 아마 그 맥락에서 해석해보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는, 자신이 요시카즈를 살해함으로서 "그는 영원히 내 것이 된다" 라는 비이성적인 집착욕구에서 해석해보는것도 괜찮을지도.
그리고 또 하나의 엔딩인 사랑의 형태 2. 제작진에서는 이걸 "해피엔딩" 이라고 그린것인지 의도는 모르겠습니다만, 결코 이것도 가볍진 않았습니다. 요시카즈가 자신이 아닌 토우코를 선택하는 것을 보고 깨끗이 물러나는 아카네.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서, 와카바야시와 요시카즈의 카운셀링이 나옵니다. 더 이상 카운셀링을 받지 않겠다고 하며 물러나는 요시카즈에게, 와카바야시가 차갑게 내뱉지요.
"나는 네가 정말 싫었어."
와카바야시가 건 요시카즈의 최면에는, 두 사람이 깨지게 만들어 자신이 토우코를 차지할려는 계략도 숨어있기 때문이었지요. 그거야 마을로 돌아온 아카네와의 대화에서도 언급됩니다만.
그리고 병원을 나오며 들길을 걸어가는 요시카즈와 토우코. 아카네는 다른 곳에 놀러가 있다는 얘기를 하며, 토우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둘 뿐이네. 후후... 기뻐."
요시카즈는 집착적일 정도로 순종적이었던 토우코를 보면서 항상 자신이 토우코의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말을 들으면서 절대 그녀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것은 은연중에 그녀의 계획대로 들어맞은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아마 따로 팔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재밌는 스토리였습니다.
마지막 4장의 나나시노코 루트. 名無しの少女(ななしのしょうじょ)라고 해야되지만 편의상.
이 게임의 시나리오 중에 유일한 어드벤쳐식 구성이며, 선택지도 가장 많은 챕터입니다.
아버지가 병으로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렸을때의 일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지만 마을에서 묵게 되는 히로시와, 그의 동생인 치토세, 그리고 신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함께 생활하게 되는 나나시노코가 이야기의 메인이 됩니다. 하나코와 치나츠는 약간 논외를...
나나시노코는 죽음에 항상 가장 가까운 인물, 즉 사신(死神)으로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며 이제까지의 구도였던 죽은 뒤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이 아닌 "죽음을 집행하는 과정 속에서 얻는 고통"을 그려냅니다. 이 시점에서 나나시노코는 게임 전체를 아울러 토대가 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죽음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말이죠.
게임이 끝나고 나서야 전부터 궁금해했던 "아르키메데스가 잊어버런 물건" 이라는 팬 디스크의 뉘앙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했던 사람에게 미움받으면서도 그를 잃고싶지 않아서 자신의 목숨을 나눠준 나나시노코. 千夏(ちなつ)라는 이름의 자신의 조각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여름은 멈춰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각을 찾아줌과 동시에 히로시는 자신이 받은 생명을 돌려주면서, 이 게임의 최종 결말 형태가 결정되지요.
꽤 여러가지 엔딩이 있습니다만, 역시 저는 "여름축제"가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해피엔딩 취향은 여기서도 버릴 수 없는 듯 하네요. "교복의 소녀"도 꽤 여운이 남는 괜찮은 엔딩입니다만, CG가 없어서...
4장은 사실 추가시나리오인 "外伝-始まり"와 연결시켜서 보는게 좋습니다. 이야기관계 인과구성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연결되있어서 만족스러웠음. 0장은 전체 스토리의 관계와는 벗어나있는듯이 보이지만요.
스이카 AR이 하도 인상깊어서 잡은건데 생각보다 한참 기대 이상이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의 서커스에 대한 인식이 다카포에서 머물러 있다는게 안타까울 정도. 왜 스이카2는 안내죠...
1장의 이츠키 & 사요 루트. 결국 병원에 있는건 사야였고, 아키라가 만난 이츠키는 유령이였다는 결말이었지요. 반전의 단서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해서 알아차릴 순 없었지만,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자살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라는 문장에서 약간의 복선이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지속적으로 교차시키며, 아키라와 이츠키의 변해가는 심리를 엿볼 수 있게 해준 점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 연출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반드시, 다시 한 번 만나요" 라는 대사는 병실에서 퇴원한 사요의, 어딘가 모르게 이츠키의 향수가 나는 모습과 더불어 진한 여운을 주었습니다. 아마 이츠키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모습으로 아키라를 기다렸겠지요.
2장의 사야카 루트.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미카게가 쓴 시나리오입니다. 스이카 메인으로 내세웠던 사야카 루트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4장 중에 가장 긴 시니리오를 자랑하더군요. 감동면에서는 가장 점수가 높았던 시나리오였습니다. 다소 상투적인 느낌이 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물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던 이야기. 죽은 어머니를 무덤덤하게 그리는 리츠를 쭉 미워해왔던 사야카와 사실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그림" 을 그렸던 리츠. 어떻게 생각해보면 주인공이였던 소우지는 이 둘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연애를 다룬 캐릭터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야카와 리츠를 위한 매개체였다는 느낌이랄까요.
한가지 흠이 있다면, 소우지와 리츠에게 앙심을 품고 끝에서 칼부림을 하던 소년이 좀 거슬렸습니다. 기본적으로 리츠, 사야카, 소우지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구성원 자체의 스토리텔링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소년의 갑작스러운 편승으로 이야기의 틀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게 되더군요. 아마 소우지와 리츠가 "칼에 찔린다" 라는 극적인 상황의 연출력을 기대하기 위한 캐릭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이미 리츠는 폐암 말기였고, 연출이라면 다른 모습으로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리츠가 죽으면서 4장의 복선이 잠시 나오지요. 뭐 저야 AR을 먼저 해봤기 때문에 나나시노코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만, 여튼 이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습니다. 눈물이...
근데 시나리오에서도 언급됩니다만, 2장의 모티브는 반 고흐에서 딴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장의 아카네 & 토우코 루트.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이질적인 챕터이면서도, 소재 자체는 가장 재밌었던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토우코의 집착이 무서울 정도. 사실 3장에서는 그다지 "죽음" 에 대해 관련된 이야기는 없습니다. 굳이 언급하자면 아카네의 자살 시도 정도였겠지요.
3장은 타임 트릭이 기가 막힐정도로 무섭습니다. 요시카즈와 의동생으로 살아가는 아카네와, 병원에서 단순히 자신의 이름만을 기억하는 아카네. 처음에는 어째서 두명의 아카네가 나오는 걸까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나중에 이것이 아카네라는 인물의 한 이야기이며 1,2장과 마찬가지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킨 트릭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전율이 돋더군요. 왜 여태까지 봐왔던 전개방식인데 눈치를 채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사실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면, 니노미야가 아카네에게 전에도 비슷한 환자가 이 병원에 왔다고 암시해 주는 부분에서 대강 사건을 풀어버리셨을꺼라생각합니다.
결국 요시카즈가 꾸었던 꿈도, 토우코와의 성관계시에 불능이 되었던 것도, 모두 무의식중에 봉인당해버린 아카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죄책감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갔던 요시카즈는, 아카네가 한 노란 리본을 토우코가 하고 있을 동안에는 토우코를 아카네로 인식하게 되는 최면에 걸리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아카네가 기억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와카바야시에게 모든 사실을 듣게 되고, 그와 동시에 토우코는 자신을 아카네로 인식하는 요시카즈에게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며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전개되지요.
여기서 이 챕터의 유일한 선택지가 뜹니다. 당연히 선택지의 내용은 아카네를 안는다/안지 않는다. 이 분기에 따라서 3장의 엔딩이 결정되는데, 사실 어느 쪽이라도 상당히 무서운 엔딩이었던지라, 지금 생각해도 땀이 날 정도....
근데 저는 실수를 해서 맨 처음부터 "아카네를 안는다" 쪽으로 결정해 버렸습니다. 와카바야시에게 모든 자초지종을 듣고, 요시카즈가 자신을 선택할꺼라는 가능성을 믿고 "오빠 나를 안아줘" 하고 나이프를 쥔 채로 다가가는 아카네의 모습은 진짜 호러 그 자체. 요시카즈는 결국 살해되고, 장면이 바뀌며 기차에서 아카네의 편지를 받은 니노미야의 시점으로 변합니다. 편지에는 "진짜 사랑을 찾았어요. 그러니까 꼭 한번 놀러와 주세요" 라고 적혀있지요. 한 남자에게 차이고, 자살까지 결심하던 아카네가 찾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하고 흥미가 생긴 니노미야는 토키와 마을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한 커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서 진짜 미칠듯한 대반전. 그 커플은 바로 "토우코와 아카네".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시카즈에게 차이고 정신이 무너질 것 같았던 토우코는 아카네를 요시카즈로 인식하게 되었고, 아카네는 요시카즈가 되어 토우코와 정답게 얘기합니다. 이게 바로 첫번째 엔딩인 사랑의 형태 1.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이 남습니다. 왜 아카네는 요시카즈가 자신을 선택해주었음에도 그를 살해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만, 2장에서 나왔던 대사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연애하는 감정과 살인을 하는 감정은 같다" 라는 얘기를요. 아마 그 맥락에서 해석해보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는, 자신이 요시카즈를 살해함으로서 "그는 영원히 내 것이 된다" 라는 비이성적인 집착욕구에서 해석해보는것도 괜찮을지도.
그리고 또 하나의 엔딩인 사랑의 형태 2. 제작진에서는 이걸 "해피엔딩" 이라고 그린것인지 의도는 모르겠습니다만, 결코 이것도 가볍진 않았습니다. 요시카즈가 자신이 아닌 토우코를 선택하는 것을 보고 깨끗이 물러나는 아카네.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서, 와카바야시와 요시카즈의 카운셀링이 나옵니다. 더 이상 카운셀링을 받지 않겠다고 하며 물러나는 요시카즈에게, 와카바야시가 차갑게 내뱉지요.
"나는 네가 정말 싫었어."
와카바야시가 건 요시카즈의 최면에는, 두 사람이 깨지게 만들어 자신이 토우코를 차지할려는 계략도 숨어있기 때문이었지요. 그거야 마을로 돌아온 아카네와의 대화에서도 언급됩니다만.
그리고 병원을 나오며 들길을 걸어가는 요시카즈와 토우코. 아카네는 다른 곳에 놀러가 있다는 얘기를 하며, 토우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둘 뿐이네. 후후... 기뻐."
요시카즈는 집착적일 정도로 순종적이었던 토우코를 보면서 항상 자신이 토우코의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말을 들으면서 절대 그녀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것은 은연중에 그녀의 계획대로 들어맞은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아마 따로 팔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재밌는 스토리였습니다.
마지막 4장의 나나시노코 루트. 名無しの少女(ななしのしょうじょ)라고 해야되지만 편의상.
이 게임의 시나리오 중에 유일한 어드벤쳐식 구성이며, 선택지도 가장 많은 챕터입니다.
아버지가 병으로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렸을때의 일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지만 마을에서 묵게 되는 히로시와, 그의 동생인 치토세, 그리고 신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함께 생활하게 되는 나나시노코가 이야기의 메인이 됩니다. 하나코와 치나츠는 약간 논외를...
나나시노코는 죽음에 항상 가장 가까운 인물, 즉 사신(死神)으로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며 이제까지의 구도였던 죽은 뒤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이 아닌 "죽음을 집행하는 과정 속에서 얻는 고통"을 그려냅니다. 이 시점에서 나나시노코는 게임 전체를 아울러 토대가 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죽음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말이죠.
게임이 끝나고 나서야 전부터 궁금해했던 "아르키메데스가 잊어버런 물건" 이라는 팬 디스크의 뉘앙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했던 사람에게 미움받으면서도 그를 잃고싶지 않아서 자신의 목숨을 나눠준 나나시노코. 千夏(ちなつ)라는 이름의 자신의 조각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여름은 멈춰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각을 찾아줌과 동시에 히로시는 자신이 받은 생명을 돌려주면서, 이 게임의 최종 결말 형태가 결정되지요.
꽤 여러가지 엔딩이 있습니다만, 역시 저는 "여름축제"가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해피엔딩 취향은 여기서도 버릴 수 없는 듯 하네요. "교복의 소녀"도 꽤 여운이 남는 괜찮은 엔딩입니다만, CG가 없어서...
4장은 사실 추가시나리오인 "外伝-始まり"와 연결시켜서 보는게 좋습니다. 이야기관계 인과구성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연결되있어서 만족스러웠음. 0장은 전체 스토리의 관계와는 벗어나있는듯이 보이지만요.
※ 그래픽 / 사운드 / 시스템
사실 A.S에서 추가된건 시나리오나 공략 캐러 추가 정도라, 2001년의 오리지널 스이카를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하지만, 사실 이 게임은 지금 내도 어떤 면에서든 다른 게임에 꿀릴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일단 일러스트. 이쿠타타카논과 지금은 잘 알려진 나나오 나루가 맡았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스이카 이후에 나온 다카포, 최종시험 쿠지라, 다카포2 보다 "훨씬" 좋습니다. 제가 나나오빠라는 점도 꽤 작용하긴 합니다만, 이건 게임을 해보신 분이라면 절대 동감할꺼라 확신할 정도. 서커스에서는 앞으로 절대 스이카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장담하는 자신감은 시나리오와 이 그래픽에서의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CG 차이도 거의 없이 밸런스가 일정하며 어느 하나 맘에 들지 않는 그림이 없습니다. 진짜 미친 간지라고 평하고 싶을 정도. 왜 서커스는 게임 수준이 점점 거꾸로 가는건지 알 수가 없네요.
BGM은 총 25곡으로 꽤 많은 편. 분위기마다 여러 곡이 쓰입니다만, 느긋하고 경쾌한 곡이 꽤 많습니다. 음악 감상모드에는 곡 마다 코멘트를 집어넣어서 만들어진 연유나 감상이 쓰여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6번 트랙인 名無しの少女와 17번 트랙인 なみだあめ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로 극히 대조적인 곡이면서도 그 분위기를 나타내주는 가장 대표적인 곡이 아닐까 생각해서 말이죠.
그리고 시스템. 이 부분도 상당히 극찬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롤백 시스템과 음악에 대한 코멘트, 읽은 문장을 단락으로 스킵할 수 있는 시스템과, 게임 이후에도 각 장마다 한 컷씩 시나리오에 이름을 붙여 다시 읽고 싶은 시나리오를 재감상 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은 당시의 게임시스템으로 봤을때는 거의 획기적인 수준. 솔직히 보통 게임을 다 하고 나서 다시 보고 싶은건 감명깊은 대사나 연출이지, H가 아니지요. 또한 게임의 기본 해상도가 800x600 이라는 점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BGM. 각 곡마다 코멘트가 달려 있습니다.
시나리오 감상 모드.
단락 스킵 시스템.
※ 성우 & 캐릭터 이야기
미나세 이츠키 - 나가사키 미나미
지금은 잘 활동하지 않는 미나미씨의 과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우선 만족. 자매의 언니로서 차분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연기했지요. 평소에는 떠들썩한 누님 역으로 많이 접했는데, 이렇게 조용한 역도 의외로 잘 어울리네요.캐릭터 자체는 흠잡을 점 없이 잘 소화했습니다만, 어렸을 때의 이츠키와 커서의 이츠키가 목소리 변화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미나세 사요, 시라카와 사야카 - 토리이 카논
사실 성우로 따져보자면 토리이 카논때문에 잡은 게임이 스이카였습니다. 또 역시 그 기대만큼 해내준것 같아서 기쁘네요. 1장에서는 조용한 언니인 이츠키와 대조적으로 떠들썩하고 장난기 많은 사요 역을 맡았습니다. 사야카 역시 사요와 대체적으로 비슷한 하이텐션의 아가씨라서 크게 위화감은 없는 편. 예상은 했지만 역시 모에. 시시각각 미소와 가끔은 삐진듯한 짓는 사야카의 얼굴과 토리이 카논의 그 애교섞인 목소리가 섞이면 이건 뭐.... 사요에서도, 사야카에서도 어릴 적 목소리까지 스위치를 전환하면서 소화해내는 걸 보면 역시 은퇴한게 눈물날정도로 아쉬운 성우입니다. 다시 돌아오진 않는걸까요. 카논씨....
와카바야시 미에 - 쿠사야나기 쥰코
ㅈㅅ 제가 2장에서 이쪽 루트를 안탔습니다.
.......
쥰코씨가 맡은 성우 치고는 굉장히 떠들썩한 캐릭터였다는 것 정도는 기억에 남음.
마사키 아카네 - 히나타 유라
정작 이 게임보다는 다음 작품이었던 다카포의 코토리 역으로 유명해진 성우. 하지만 오히려 연기력이라면 이쪽에서 더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빠인 요시카즈를 곧잘 따르는 활발하고 귀여운 동생이지만, 점점 이게 선을 넘어가며 오빠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는 캐릭터. 모든 기억을 되찾은 뒤, 웃으면서 "お兄さゃん、私を抱いてね" 하고 나이프를 들고 요시카즈에게 다가가는 대사는 지금까지 본 히나타 유라씨의 연기중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군요. 이 사람.
쿄오야 토우코 - 니시다 코무기
역시 얼마전에 은퇴한 성우였지요. 조용하지만 애인인 요시카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애정을 넘어선 집착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시나리오 라이터인 쿠레씨가 쓴 캐릭터 소개에도 연인보다는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로 비유하는게 낫다고 할 정도. 사실 게임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토우코같은 경우는 캐릭터 자체가 얼굴에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한 효과 때문인지 어딘가 무미건조한듯 하면서도 짧은 대사가 묘한 플러스 효과를 동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편. 특히 그 느낌이 "ふたりきりね。。嬉しい。" 라는 집착적인 대사로 나왔을 때는 어딘가 오한이 느껴질 정도로 무서운 느낌을 줍니다.
나나시노쇼죠 - 이쿠타 카오리
원래 나나시노쇼죠 역할은 코우즈키 미와씨가 맡았습니다만, 무슨 이유인지 에로게쪽에서 성우를 그만두신 후에는 이 분으로 바뀌었습니다. 투하트2의 코노미 역으로 알려져 있는 성우분. 대타역 치고는 그런대로 무난한 연기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목소리도 귀여운 편이였고, 어떻게 보면 미와씨보다는 이쪽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살짝 드네요.
참고로 나나시노코는 코우즈키 미와 -> 카오리 이쿠타 -> 아오키 사야카 로 3대에 걸쳐 바뀝니다. 저 중에 누가 제일 어울리냐고 하면 사실 아오키 사야카가 가장 적절합니다만은...
카미시로 모에 - 호쿠토 미나미
2장에서 목소리는 있는데 무려 CG는 없는 주인공의 여동생. "아니야 미나미를 미쳤다고 이렇게 써먹고 끝내진 않을꺼야" 하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추가스토리인 "여름의 크리스마스"에 등장. 미나미의 대단함이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6년 전의 목소리나 지금 목소리가 손톱 한조각 변화없이 그대로라는 점에서는 진짜 기절할 지경입니다. 게다가 목소리가 질렸다 싶을 쯤이면 여지없이 다른 캐릭터로, 다른 톤으로 출연해서 매너리즘의 여지조차 말살해버리는 그 능력은 괜히 업계 최고의 성우가 아니라는걸 충분히 보여줍니다.
여튼 이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거의 내용도 없이 기묘한 이야기입니다만, 그냥 간만에 듣는 미나미의 "兄様"에 만족하면 그만.
......나머지 성우들은 그냥 딱히 느낌이 없어서 패스합니다.
※ 마치며.....
다카포가 스이카보다 더 인지도가 높다는게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로 참 잘만든 작품입니다. 게임하면서 흠잡을 거 하나 없이 진행해본게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정말 흠을 잡고 싶은 점이라면, 이건 서커스가 낸 작품이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에 나왔다는 것 정도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지금의 서커스는 다카포나 다카포2로도 충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스이카같은 노선에서는 상당히 멀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쿠레씨도 문스톤에서 일하고 있고, 그나마 나나오 나루와 미카게씨가 ef쪽에 있길래 기대해봤더니 이건 영 아니었고...
정말 시간이 되시면 꼭 해보시길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향후 서커스에서는 이런 게임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게 참 아쉬울 따름이네요.
Hと、笑いと。そしてちょっぴり純愛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