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bat 84 - Orders Of The Day
페이지 정보
본문
80년대 초 오이 펑크 밴드들은 아주 원초적이고 거친 쌩오이를 들려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스킨헤드의 남성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4 Skins를 시작으로 볼 수 있을듯 하고, Combat 84나 Condemed 84가 대표적인 밴드라고 할 수 있을꺼 같다. 이 앨범은 Step-1에서 Combat 84의 명곡들을 꼽아 리마스터링해 발매한 베스트 앨범이다. 이 쪽 앨범들이 오래 됐는데다가 밴드들이 마이너를 전전해서 음질이 조악한 경우가 상당하다. 이 앨범은 80년대 오이 밴드들 앨범 중 가장 좋은 음질을 자랑한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듯 하다.
이들의 음악에 대해서는 사실 긴 묘사나 설명은 필요없다. 그만큼 원초적이고 간결하며 단순하다. 이 쪽 계열 펑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락커빌리 풍의 기타 애드립도 거의 실종된 모습니다. 몇 개의 기타 코드만 계속해서 반복된다. 보컬 라인 멜로디도 매우 단순하다. 기타 톤은 로우하고, 보컬의 가래 끓는 힘 실린 목소리는 더하다. 음악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평론가들이 가장 싫어하는게 이런 음악일 것이다. (국내에서 스트릿/오이 펑크가 외면당하고 포스트 펑크만 잔뜩 소개됐던게 이런 연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분명 저만의 매력을 갖고 있다. 진실하고 거짓이 없다. 못 배우고, 못 살고, 가진 것이라곤 축구와 펑크에 대한 애정, 남성으로서의 긍지밖에 없는 이들의 음악이 아닌가. 이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는건 무리가 있다. 이 이상을 요구한다면 이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일거다. 게다가 이들의 음악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듣다 보면 피가 철철 끓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최고다! 게다가 순수하고 간결한 펑크를 추구하던 스트릿/오이 펑크 세력 중에서도 가장 그것에 다가간 음악이 아닌가. 이들의 음악은 남성적인 오이 스킨들의 정서에도 가장 가깝다. 지금도 밑바닥의 많은 스킨헤드 밴드들이 이들과 같은 원초적인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것만 봐도 충분한 증명이 되는거 같다. 물론 이런 음악엔 한계가 있다. 순수함을 추구하는 펑크들이 다들 그렇듯이, 이 쪽 성향의 밴드는 음악이 다 비슷하다. 처음 듣는 사람은 같은 밴드의 곡끼리는 커녕 다른 밴드의 곡들과도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
하지만 Combat 84는 그 중에서도 원조고, 손에 꼽히는 밴드가 아닌가!
앨범의 메세지는 여느 쌩오이 밴드들과 비슷하다. 이들이 겪은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하고, 스킨헤드로서의 긍지를 이야기 하기도 하고, '가짜'들에 대해 비난하기도 한다. 강간범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노래도 있다. (부클릿을 펼쳐보면 강간범을 나무에 매달아놓고 ㅈㅈ를 짤라버린 그림도 있다. ..) 뭐 전형적인 남성적인 오이 스킨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스킨헤드는 패션이 아니라 인생의 길이라고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참 비장하다.
오이 펑크는 뭐지? 스킨헤드는 뭐지? 라는 질문에 답하기에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오이 펑크와 스킨헤드들이 이들과 같은건 아니니 편견을 갖는건 조심하는게 좋을듯. 이 앨범은 오이 펑크와 오이 스킨의 가장 순수한 모습이 담겨 있는 명반이다.